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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현상] 비도심에서 카페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1: 물볕

글 한가람 기자

사진 신경섭

자료제공 107디자인워크숍



「SPACE(공간)」 2023년 5월호 (통권 666호)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 

현상 2. 지역과 사람을 잇는 

현상 3. 경험을 직조하는


카페의 침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어?’ 할 정도로 생각지 못한 곳에 있거나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하고 놀랄 정도로 융합과 변화가 가능하다. 비도심의 카페에 이러한 점을 적용한다고 하면, 언뜻 현상 1 ‘방문의 목적이 되는’과 같은 사례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그러나 비도심에도 일상은 존재한다.




시골 마을에 광장이 있다면: 물볕 


카페의 발전 경향 중 대형화만큼이나 눈에 띄는 갈래는 복합화다. 카페와 기타 여러 프로그램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문화시설이 부족한 비도심에서는 이를 넘어 일당백 역할을 한다. 경산시 하양읍에 자리한 물볕(2021)처럼 말이다. 승효상이 설계한 하양 무학로교회(2018)의 신도이자 물볕 대표 황영례는 교회 맞은편 부지를 매입한 후, 승지후(107디자인워크숍 대표)+강민선(국민대학교 교수)에게 설계를 의뢰했다. 주목할 부분은 용도,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 요구 사항이 없었다는 점이다. 두 건축가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되는 건축주 자택과 하양 무학로교회가 대상지로부터 50m 내외의 거리에 있음을 고려했다. 이 두 관계 속에서 교인들이나 숙소 이용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문화를 공유하는 장소를 그렸다고 한다. 사람을 만나고, 먹거리를 베풀고, 문화 활동을 좋아하는 건축주라면 상상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이는 곧 물볕이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카페, 갤러리, 책방으로 구성된 이유다.






하양읍은 한때 경산시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하양역 앞쪽에는 대학교 세 곳이 있어 작은 상권이 형성되어 있으나 하천을 경계로 반대편에는 1~3층 규모의 건물이 즐비하다. 물볕은 저층 건물이 모여 있는 시골 마을에 비슷한 몸집으로 숨어 있다. 법규상 4~5층 정도는 지을 수 있는데도 단층으로, 심지어 실내가 드러나는 창도 별로 없는 데다 시골집에서 흔히 나타나는 두꺼운 파라펫 같은 요소를 입면에 활용해 존재감을 최대한 숨겼다. 주도로에서 진입하면 상업 공간인 물볕보다 교회가 더 눈에 띈다. 승지후는 아버지 승효상의 뜻을 따라 영성의 공간을 존중하며 콘텍스트를 저해하지 않도록 “교회보다 튀지 않는 건물”을 의도했다고 말한다. 물볕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은 크게 두 번이다. 먼저 교회에서 나와 교회 앞마당에 당도했을 때, 물볕의 주 출입구와 그 사이로 안마당이 보인다. 언뜻 교인만을 위한 동선이라 여길 수도 있으나 하양 무학로교회는 일반인도 즐겨 찾는 곳이다. 물볕을 답사한 날도 가족이나 친구 단위의 교회 방문객을 목도했다. 두 번째 접근 방법은 건물 사이사이에 난 부 출입구다. 물볕은 용도마다 독립된 매스가 담으로 연결된 공간이며 사방으로 크고 작은 도로가 둘러싸고 있다. 담 곳곳에는 각기 다른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개구부가 있어 공간에 대한 흥미를 끌고 방문 욕구를 더한다.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길 바란 설계가 통한 건지, 여기저기에 난 부 출입구를 통해 사람이 드나들고 하물며 사각지대의 입구도 있어 왔다 갔는지 모를 때도 있다고 한다. 이어 황영례는 “물볕이 퍼블릭한 공간이 됐다”며 건축가와 함께 만족의 웃음을 지었다.

상업 공간 운영자의 입에서 나온 ‘퍼블릭 공간’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고 반가웠다. 일부가 카페를 이용하지 않고 출입구 사이를 통과해 지나가더라도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신축한 카페(다방 물볕)는 단층이지만 층고를 높이고 고측 창을 두어 빛이 쏟아지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안마당에서는 음악회나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종종 개최하는데, 첫 공연은 무료임에도 참석자가 여덟 명뿐이었다고 한다. 이랬던 물볕이 일곱 번째 행사였던 송년 음악회에서 100여 명의 사람을 끌어모았고, 올해 4월 말의 음악회는 유료임에도 예약을 70명 받는다고 한다. 한편 카페 맞은편 부지의 갤러리는 1960년대에 지어진 주택을 헐기보다 최대한 활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전시가 주목적이지만, 근처 대구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과 공동 주최하는 아카데미 장소로도 이용된다. 이렇게 물볕은 비도심의 일상에서 부족한 문화를 채우려 한 건축가와 운영자가 힘을 합치고, 또 지역 주민도 그에 호응하며 새로운 커뮤니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글 한가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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